바둑이야기

신진서 최정맞아 결승 첫판 완승

괴목 2022. 11. 8. 16:29
▲ 신진서 9단.



현 시대 무적이랄 수 있는 신진서 9단의 진면목이 여실히 나타난 한판이었다.
최정 9단에게 기회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도권을 잡은 뒤의 신진서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3번기 제1국이 7일 온라인으로 열려, 신진서가 최정에게 흑으로 205수 만에 불계승했다. 포석 단계에서는 서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우변에서 발발한 급박한 전투에서 한방에 일방적인 흐름으로 바뀌고 말았다. 신진서는 중앙에 두터움을 쌓아놓고도 우변 사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면서 저만치 앞섰다.

하지만 한때 신진서는 팽팽해질 장면을 맞이했다. 신진서가 상변 선점을 서둘렀던 것이다. 인공지능은 이때 최정이 중앙을 날일자로 갈라 싸웠다면 좀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판단하였지만 최정이 끝내 상대에게 타격을 입힐 만한 수단을 발견하지 못하면서 신진서가 승세를 굳혔다.

국후 신진서는 “마지막에 빵따냄을 하면서 승리를 확신했다. 유리한 장소에서 전투를 해야하는데, 결과적으로는 만만치 않은 데서 전투를 했다. 앞으론 판단을 잘해서 유리한 전투를 하겠다.”고 말했다.

▲ 종국 직후 최정이 신진서의 대국석으로 와서 복기를 함께 하고 있다.


사이버오로 대국실에서 문자해설한 이창석 8단은 “오늘의 신진서 9단은 최정 9단의 전략을 비롯한 모든 것을 그저 실력으로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초반은 흑이 조금 편한 흐름이었는데 신진서가, 첫 완착으로 생각되는 수(73)를 두며 최정에게 찬스를 내줬다. 최정이 74수 대신 중앙을 잡고 타협했다면 5대5의 어려운 승부였다. 그 이후는 신진서가 안전한 반면운영으로 마무리하며 완승을 거뒀다. 신진서의 완벽한 정리가 돋보인 한판이었다.”고 총평했다.

35개월째 한국프로기사랭킹 1위인 신진서는 현재 7관왕(LG배·춘란배·용성전·KBS바둑왕전·GS칼텍스배·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이며 통산타이틀획득수는 '27'이다. 최정은 108개월째 여자랭킹 1위이며, 호반배 여자최고기사결정전을 보유했다. 통산타이틀보유수는 '22'.

▲ 8강에서 중국랭킹 5위 양딩신을, 4강에서 한국 2위 변상일을 꺾으며 기대를 모든 최정이었지만 결승1국에서는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사이버오로는 결승3번기를 모두 수순중계하며 8일 정오에 열리는 2국을 이창석 8단이 해설한다.

▣ 해설
32강-1(2022년 10월27일): 해설 홍무진 6단
32강-2(2022년 10월28일): 해설 이지현 9단
16강-2(2022년 11월1일): 해설 허영호 9단
8강-1(2022년 11월2일): 해설 김진휘 6단
4강(2022년 11월4일): 해설 한승주 9단
결승1국(2022년 11월7일): 이창석 8단
결승2국(2022년 11월8일): 이창석 8단
결승3국(2022년 11월9일): 신민준 9단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은 11월5일 4강까지 단판 토너먼트로 결승 진출자 2명을 가리며, 11월7일부터 9일까지 3번기로 챔피언을 가린다. 생각시간은 각자 2시간에 초읽기 1분 5회씩이다. 삼성화재해상보험(주)이 후원하고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상금은 3억 원, 준우승상금은 1억 원이다.

▲ 한국끼리의 결승이 반갑다. 대국 전 신진서와 최정이 나란히 섰다.

 

▲ 박지연 심판이 대국 시 유의사항을 낭독한 뒤 대국개시를 선언하고 있다.

 

▲ 선수들은 대국석에 앉는 즉시 반사적으로 마우스를 점검해 본다.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 대국 중 과일을 즐겨 먹는 최정은 귤을 준비해 왔다.

 

 

 

 

 

 

 

 

▲ 108개월째 여자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최정.

 

 

▲ 35개월째 한국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신진서.

 

 

 

 

[그림1] 최정에게는 두 번 정도의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첫 장면이 이것이다. 초반 최정이 불리한 싸움을 시작했는데, 신진서에게서도 실수가 나온 것이다. 그것이 흑3이다. 흑3으로는 다른 식으로 두었어야 한다고 인공지능이 주장한다. 그러면 최정에게는 어떤 수가 있었을까.

 

[그림2] 실전에서는 최정이 우변에 받아서 기회를 놓쳤는데, 지금처럼 백1로 중앙 흑 석점을 잡아 놓았다면 최정이 초반 실점을 만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흑 석점이 천하의 요석이라서다. 흑이 2로 변을 공략하려고 해도 백3이라는 반격이 기다린다.

 

[그림3] 1~5까지의 수순이 예상되는데, 그러면 백6이 좋은 수.

 

[그림4] 흑1처럼 귀를 받는다면 백2로 세모 석점을 잡을 수 있다.

 

[그림5] 흑1로 변화한다면 백2, 흑3엔 백4로 바꿔치기인데 이 역시 백이 할 만하다는 것이었다.

 

[그림6] 흑1 다음 흑3이 완착. 이때도 최정은 불리하나마 버텨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림7] 실전이다. 최정은 1~12에 이르기까지 흑을 깔끔하게 살려주고 말았고 기회는 날아갔다.

 

[그림8] 인공지능은 백1로 가르고 봤어야 한다고 한다. A 자리가 오른쪽 흑의 사활에 선수로 작용하는 자리이므로 어느 정도 물고 늘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