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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切親)을 생각해 보는 하루

괴목 2023. 4. 6. 07:04

옛말에 신발과 친구와 마누라는 
오래될수록 편안하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 사이를 논하는 
사자성어가 많다.

물고기와 물의 관계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특별한 친구 사이를
수어지교(水魚之交)라 했고,

간과 쓸개를 서로 내놓고 보인다는 뜻으로 서로 마음을 터놓고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 사이를 간담상조(肝膽相照)라 하였으며, 

서로 거역하지 않는 친구를
막역지우(莫逆之友)라 하였다.

금이나 난초와 같이
귀하고 향기로움을 풍기는 친구를
금란지교(金蘭之交)라 하고,

관중과 포숙의 사귐과 같은
변함없는 친구 사이를
관포지교(管鮑之交)라 한다.

어릴 때부터 대나무 말을 같이 
타고 놀며 같이 자란 친구를
죽마고우(竹馬故友)라 하고,

친구 대신 목을 내 주어도
좋을 정도로 신빙성이 깊은 친구를 
문경지교(刎頸之交)라 하며,

벗끼리 좋은 감화를 주고받는 향기로운 풀인 
지초와 난초 같은 친구를
지란지교(芝蘭之交)라고 하였다.

아교(膠)와 옻칠(漆)처럼 끈끈한 사귐이란 뜻으로 아주 친밀하여 떨어질 수 없는 

교분(交分)을 이르는 말로 교칠지교( 膠漆之交 )라 하였으며,

친구간의 두터운 교분으로 쇠붙이도 끊을 만큼 단단한 

우정을 단금지교( 斷金之交 )라 하였다.

잘 나가던 추사 김정희
(金正喜, 1786-1856) 선생이
41세 때 충청우도 암행어사를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비인현감으로 있던 
김우명이란 자의 비리가 발견되어 봉고파직시키는 조치를 
내린 일이 있었다.

안동 김씨였던 김우명은 이때의 수모를 원한으로 품고 

추사를 모함하여
제주도로 귀양살이 유배를 가게되자
그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뚝 끊어졌고,
찾아오는 친구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예전에 중국에 사절로 
함께 간 선비 이상적이 중국에서 
많은 책을 구입하여
유배지인 제주도까지 부쳐왔다.

극도의 외로움과 어려움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던 
추사 김정희에게 그 책들은
엄청난 위로와 용기,감동을 주었다.

나중에 추사는 둘 사이의 우정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았다.
그 것이 그 유명한 세한도(歲寒圖)다.
세한도란 논어에서 따 온 말이다.
‘날씨가 차가워지고 난 후에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안다.
(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也)

추운 계절의 그림 '세한도'


 
1884년 세한도(歲寒圖)’ 추사김정희 국보180


  세한도(歲寒圖)는 우리나라 서예의 대가 추사김정희 선생님의 회화작품입니다언뜻 보면 아무라도 쉽게 그릴 수 있을 듯 엉성한 그림으로 보이지만국보 180호로 지정된 이 그림의 의도와 표현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우선 제목을 보죠. ‘세한도(歲寒圖)’ 한자 그대로를 풀이하면 추운 계절의 그림이란 뜻입니다여기서 추운계절 세한(歲寒)에 담긴 의미는 설명이 좀 더 필요한데요추사선생님께서 생존하셨던 상황으로 돌아 가봅니다그 당시에도 지금처럼 당파싸움이 한창일 때였습니다추사선생님의 아버지께서 강한 세력에 밀리자정권을 잡은 세력에 의해 쫓겨났고추사는 아버지의 일에 가담하였다하여 제주도로 가장 엄한 유배를 떠납니다유배기간이 무려 8년이 넘었는데 이 시절을 추사는 가장 잔혹하고 힘든 시기로, ‘세한(歲寒)’이란 바로 이 때를 뜻합니다이 고통스러운 유배생활 중 그의 제자 이상적에게 보낸 그림이 바로 세한도(歲寒圖)’입니다그럼 추사는 제자 이상적에게 왜 이런 그림을 보냈을까요?


초라하지만 행복한 그림
 
  그림의 내용을 한번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먼저 그림에 보면 황량한 황무지에 쓰러져 가는 집 한 채와 소나무와 잣나무가 서 있습니다여기서 풀 한포기 없는 황무지에 쓰러져가는 집은 초라한 자신을 나타냈고언제나 변함없이 사철 푸른 소나무와 잣나무는 제자 이상적을 나타 냈답니다제자 이상적은 유배지로 떠난 스승 추사를 변함없이 존경하였고외교관이었던 이상적은 중국에 갈 때 마다스승께 드릴 책들을 구해서 몰래 유배지로 보냈답니다이 사실이 발각되면 처형될 수도 있었지만스승을 향한 그의 마음은 오직 일편단심이었습니다추사는 이 제자의 고마움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답장을 했는데 바로 세한도(歲寒圖)입니다그는 세한도에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라는 글귀도 함께 보냈습니다. ‘추운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 지조를 안다는 뜻으로 어렵고 힘들 때 진정한 친구를 알 수 있는 법이라는 뜻입니다따라서 세한도란 초라한 추사의 신세를 서글프게 표현한 그림 같지만이 고통 속에서도 든든하고 진정한 친구가 있음을 나타낸 행복한 그림이 아닌가 합니다.




* ‘대륙을 놀라게 한 표현력
 
 
 
추사체


  사실 제주도에는 소나무는 있지만 잣나무는 자라지 않는다고 합니다추사가 제자 이상적의 인품을 표현하기 위해사실에 매이지 않고상징적인 표현 방법을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제자 이상적은 스승이 그려준 세한도를 중국의 시인들에게 보여주었는데추사의 표현력과 예술성에 감동한  중국 시인들이 시를 지어 추사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진정한 예술은 혹독한 고통 속에 탄생된다고 하였던가요. 김정희선생님은 유배중에서도 벼루 10개를 밑창내고1000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든 열정으로 추사체라고 하는 독특한 서체를 창조한 위대한 예술가였습니다.
<정라초 교사 황흥진


잎이 무성한 여름에는
모든 나무가 푸르지만
날씨가 차가워지는 늦가을이 되면
상록수와 활엽수가 확연히 구분된다.
모름지기 친구관계 또한 이러한
자연의 이치와 무엇이 다르랴 ?

인생에 있어 삶의 전부는 돈도 아니요,
 지위나 권력도 아니다. 
상대방의 높고 낮음이 아닌 본연의 덕을 가려 사귀어온 믿음의 친구야 말로 진짜 '벗'이다. 

누구나 친구는 많이 있을수록 좋겠지만, 참다운 벗은 그리 흔치 않은데
신의(信義),의리(義理),충절(忠節),
지조(志操)로 엮인 세한도 같은 친구가 있기를
기대할 수 있는 삶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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