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야기

2대2 때 양팀 대표 간 결정국… 올해 바둑리그 최대변수 등장

괴목 2023. 3. 1. 16:39
▲ 에이스 결정전이 치러지는 동안 검토실에서 가슴 졸이며 전황을 분석하는 동료 기사들. 요즘 한국기원에서 거의 매일 밤 펼쳐지는 풍경이다. /한국기원



○● [출처: 조선일보_화요바둑] 2대2 때 양팀 대표 간 결정국… 올해 바둑리그 최대변수 등장 ☞클릭

올해 KB바둑리그 키워드는 ‘에이스 결정전’이다. 4국까지 치러 2대2가 됐을 경우 양 팀이 지명한 에이스 끼리 펼치는 최종 5국을 뜻한다.

정규시즌 절반 45 경기(27일 현재) 중 19 경기가 에이스 결정전으로 승패를 가렸다. 전체의 42%가 넘는 비율이다. 평균 종료시간은 4국일 때 22시 37분, 5국일 경우는 23시 55분. 자정을 넘겨 ‘무박 2일’로 치른 경기도 11게임에 이른다. 리거들 사이에 ‘야근’, ‘조기 퇴근’ 등 농담이 오간다.

팀 승패를 결정하는 판이다 보니 에이스나 가장 컨디션이 좋은 기사를 기용한다. 지명 순번별 합계 성적을 보면 1지명이 22회(14승 8패)로 압도적이지만 2, 3지명도 각각 10회(4승 6패), 4회(1승 3패)나 된다.

1지명자의 에이스 결정전 출전 비율이 생각보다 낮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1인당 결정전 출전 횟수가 6회로 제한돼 있기 때문. 무분별한 ‘몰빵 기용’ 방지책이다. 감독들은 2대2가 되는 순간 에이스카드를 뽑아들지, 아껴 두었다가 더 긴요할 때 쓸지를 놓고 고민한다.

현재 에이스 결정전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사는 변상일이다. 정관장 천녹 1지명자인 그는 ‘에이스’로 세 번 나가 전승했다. 그 뒤를 김명훈(셀트리온), 박건호(컴투스타이젬)가 2승, 신진서(킥스), 신민준(울산고려아연) 등이 2승 1패로 추격 중이다.

스타 기사들은 ‘더블헤더’도 밥먹듯 한다. 다른 대회 일정이 겹치면 하루 3판까지 소화한다. 신진서는 지난 3일 포스코케미칼과의 대결 때 1국 승리 후 결정전에 또 출전, 원성진에게 져 바둑리그 36연승 신화를 마감했다. 낮에 치른 바둑왕전 포함 하루 세 판을 둔 후유증이었다. ‘선수 혹사’란 비판이 뒤따랐다.

젊은 기사들에게도 심야대국은 피곤하다. 박건호는 홍무진과의 대국서 단수를 못 봐 101수만에 돌을 거뒀다. 최종 5국서 리턴매치가 이뤄져 대실수를 만회한 후 그는 “프로기사 사직서를 낼까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만큼 충격적인 실수였다.

신진서는 “속기 두 판 두는 게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왔는데 막상 둬보니까 엄청 피곤하더라”고 했다. 홍일점 리거 최정(고려아연)은 하루 3대국에 대해 “셋째 판도 첫 판처럼 체력을 유지한다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하루에 2승을 따낸 선수는 총 8명 나왔다. 신진서 신민준 김명훈 3명이 각 2번, 변상일 박정환 원성진 김정현 박건호가 1번씩 기록했다. 반면 박민규(포스코케미칼)와 박영훈(수려한합천)은 난생 처음 하루 2패를 경험했다.

팀별로는 정관장이 4번의 3대2 승부서 전승, ‘에이스 결정전 전문팀’으로 떠올랐다. 반면 바둑메카의정부는 풀세트 4 경기를 모두 지는 악운을 겪었다. 바둑TV서 바둑리그를 진행하는 김성현 책임PD는 “에이스 결정전은 승점뿐 아니라 팀의 사기에도 직결돼 종반으로 향할수록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