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이야기

2019KB 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5경기

괴목 2019. 10. 7. 06:31

승승승승승...'합천의 아이들'이 만든 시즌 첫 퍼펙트

등록일
2019-10-07


흔히 '퍼펙트승' '영봉승'으로 표현되는 5-0 승리는 이번 시즌처럼 9개팀이 참가했던 2016년에 세 차레, 2017년에 다섯 차례 밖에 작성되지 않은 드문 기록이다.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4경기
수련한합천, 정관장 황진단 상대로 시즌 첫 영봉승


신생팀의 감춰진 저력이 일거에 폭발했다. 5-0 퍼펙트 승리. 아무도 예상 못한 압승이었다.

주인공은 최연소 고근태 감독이 이끄는 수려한합천. 수려한 합천은 6일 바둑TV에서 열린 2019-201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4경기에서 전기 준우승팀 정관장 황진단을 5-0으로 완파했다.
흔히 '퍼펙트승' '영봉승'으로 표현되는 5-0 승리는 이번 시즌처럼 9개팀이 참가했던 2016년에 세 차레, 2017년에 다섯 차례 밖에 작성되지 않은 드문 기록이다.

▲ 시즌 개막 후 8경기 만에 처음 5-0 승부가 나왔다.


경기 전 분위기는 평범했다. 정관장 황진단 주장 이동훈 9단이 중국리그 출전으로 오더에서 제외됐지만 수려한 합천이 대승을 거둘 것이란 조짐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진도 그럭저럭이었다. 중계석의 박정상 해설자는 오프닝 멘트에서 "3국(박영훈-윤찬희) 정도만 수려한합천의 우세가 예상되고 나머지 네 판은 모두 박빙의 승부라 결과를 점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 3-2 정도를 예상한 것. 하지만 막상 승부의 뚜껑이 열리자 이런 전망을 무색케 하는 결과가 속속 이어졌다.

▲ 가장 먼저 끝난 2시간의 장고대국(1국)에서 박종훈 4단(오른쪽)이 장고판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퓨처스 안조영 9단을 꺾고 시즌 첫승의 감격을 누렸다.


5지명 루키 박종훈 4단이 129수 만에 안조영 9단의 대마를 잡고 기선을 제압했다. 이번 시즌 최단수수로 기록됐다. 이어 또 한명의 루키 박상진 3단이 3지명 맞대결에서 이창호 9단을 반집차로 꺾는 기염을 토했다.

안조영과 이창호, 자신 있게 내세운 장고판 전문 주자들이 새파란 신예들에 연달아 무릎을 꿇는 것에 정관장 황진단은 큰 충격을 받았다. 다행히 3국의 상황이 희망을 품게 해줬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윤찬희 8단이 상대 1지명 박영훈 9단을 상대로 선전을 펼치고 있었다.

▲ 1라운드에서 김명훈 7단에게 역전패를 당했던 박상진 3단(왼쪽)이 '원조 신산' 이창호 9단을 상대로 반집차, 첫승을 신고했다. 두 사람의 나이차는 아버지와 아들뻘인 26년.


-한 경기서 시즌 최단 수수(129수), 최장 수수(343수) 기록 동시에 작성돼
-박종훈,박상진 두 루키, 패배도 승리도 나란히
-수려한 합천, 2승(개인승수 8승)으로 단독 1위


수비형인 두 기사의 스타일을 반영하듯 반상은 이렇다 할 전투없이 곧장 끝내기 승부로 치닫고 있었다. 종당에 이르러서는 눈터지는 반집 승부의 양상. 놀랍게도 골인 문턱에 서있는 사람은 윤찬희 8단이었다.

최후의 반패 싸움만 이기면 반집승이 확정되는 상황. 패감도 유리했다. 한데 아뿔싸, 이 패를 하는 와중에 윤 8단에게서 큰 실수가 튀어나왔다. 박영훈 9단의 패감이 갑자기 더 많아졌다. 윤 8단의 큰 체구가 나자빠질 듯 뒤로 젖혀졌다. 반집의 주인이 바뀐 것이다. 그것으로 3-0, 승부 끝이었다.

▲ 손에 들어왔던 승리를 날려버리고 반집패를 확인되는 순간 윤찬희 8단은 망연자실, 울고 싶은 얼굴이 됐다.


▲ 국후의 장면은 이랬다. 속기로 2시간 20분, 343수라는 시즌 최장수수 기록이 작성됐다.


시즌 첫 퍼펙트 승으로 가는 길에는 기적같은 일도 따랐다. 5지명 박승화 8단이 끈질긴 집념으로 박진솔 9단에게 1집반, 대역전승을 거뒀다. 밤 10시 20분, 줄곧 우위를 유지하던 마지막 주자 이지현 9단이 진시영 7단의 항서를 받아내면서 누구도 상상 못한 다섯 개의 동그라미가 화면에 그려졌다.

이로써 2라운드를 모두 마친 KB리그는 내주 몽백합배 관계로 한 주를 쉰 다음 19일(목) 셀트리온-사이버오로의 대결을 시작으로 3라운드의 포문을 연다.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인 다음 이어지는 포스트시즌으로 우승팀을 가리는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 1,500만원.





▲ 국후에 "백(박진솔)이 마지막에 얼마나 흘린 걸까(?)" 묻자 "10집은 족히 되지 않을까요"라고 답해준 문도원 진행자. 그러고도 결과는 1집반패. 박승화 8단(오른쪽)의 끈덕짐에 자멸하다시피 승리를 넘겨준 박진솔 9단은 복기 없이 자리를 떴다.


▲ 상대전적 2승2패로 만만치 않은 진시영 7단을 꺾고 퍼펙트의 대미를 장식한 이지현 9단(왼쪽).


▲ 최연소 감독에 배테랑과 신예의 절묘한 조화를 내세우며 단독 선두로 나선 수려한합천.


▲ 주장의 부재 속에 믿기지 않는 결과를 받아든 정관장 황진단.



▲ "예상을 못 했는데 2승을 하게 돼 기쁘다. 1라운드는 위의 선배들이, 2라운드는 신예 둘이 잘해줬다." (고근태 감독)

"(끝내기를 잘 하려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두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웃음)"
"(후배 중에 끝내기에 강한 선수가 있다면) 어제 TV를 봤는데 실제로도 그렇고...신민준 선수가 잘 하더라." (박영훈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