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을 세계 1인자라 부른다. 바둑 역사에서 오랫동안 1인자에 있었던 이들은 자기 관리를 잘했다. 마음으로는 잠깐 엇나가더라도 곧 스스로 잘 다독여 자기 길로 돌아왔다. 기술 쪽으로 1등 실력을 이어가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높게 끌어올리기란 어렵다.
앞이나 위에 따라잡아야 사람이 없는데 혼자서 쑥 내달리기는 힘들지 않은가. 요즈음 성적, 기록, 내용을 보건대 박정환을 세계 1위로 말하면 딴지를 걸 사람이 없을 듯하다. 누구한테라도 이길 수 있는 박정환이지만 목소리를 낮춘다. 타고난 마음가짐이기도 하지만 더 뛰어난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바둑을 다 놓아봤다. 인공지능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인공지능은 사람이 두지 않은 수를 둔다. 나도 따라 그렇게 자유롭게 두려고 한다. 아직 내 바둑이 어느 `궤도`에 올랐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흑55로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 본디 <그림1> 흑1로 두어야 잡힐 위험이 없었다. 백60이 깜깜한 밤에 번쩍이는 호랑이 눈이다. 박진솔은 백62 대신 <그림2>로 백1에 이어 수싸움이 나는 흐름을 보여준다. "백이 수가 많다. 흑이 돌을 거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재호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