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살 박진솔은 서울월드컵으로 대한민국이 들썩이던 2002년 프로 세계에 들어왔다. 2010년 4단 때 아홉 살 아래인 열일곱 살 박정환과 처음 바둑을 두었다. 그때 박정환은 새까만 후배가 아닌 이미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곧 9단에 오를 8단이었다.
첫 만남에서 이긴 박정환이 뒤로 3승을 더했다.
박진솔은 2015년 처음으로 박정환을 넘었다. 한국 1위를 낚은 손맛이 얼마나 짜릿했을까. 박정환이 떨어진 그때 그곳에서 신진서가 열다섯 나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1위가 떨어져 나간 대회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역시 우승한 사람이 아닐까. 이번 GS칼텍스배에서도 남의 손을 빌린 덕을 봤다는 사람이 나올까. 백14로 4선에 두어 오른쪽 흑 모양을 갈랐다. 흑15로 다가오자 훌쩍 백16으로 뛰었다. 14와 16 사이가 넓지 않을까? <그림1> 흑1로 두고 싶은 마음이 솟는다. 기분 따라 둘 수는 없는 일, 바둑 두는 이는 언제나 수를 읽고 앞을 그린 뒤 판단을 해야 한다.
박진솔은 흑5, 7로 움직이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이 이쪽저쪽 바삐 움직였다. 흑19로 우직하게 늘고 21로 씌웠다. <그림2> 흑1로 젖히면 귀를 지키는 데는 괜찮다. 대신 백8로 눌리는 것을 참아야 한다.